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이라는 책은 인문학계에 엄청난 바람을 일으킨 작품이었습니다. 첫 문장부터가 강렬합니다: ”어느 날 아침 Gregor Samsa가 편치 않은 꿈에서 깨어났을 때 그는 침대 속에서 한 마리의 엄청나게 큰 갑충으로 변해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당시에 이런식의 전개는 듣도 보지도 못한 전개였을 정도로 파격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카프카의 [변신]의 소재가 카프카 본인과 아버지와의 갈등을 표현한 작품인지 아시는지요?

유대인이었던 카프카의 아버지는 자수성가한 인물이었습니다. 그러나 힘들게 자수성가하는 과정에서 유대인의 관습과 신앙을 버릴 정도로 아버지는 자신만의 길이 확고한 사람이었습니다. 이러한 자신만의 길이 확고한 아버지 밑에서 자란 카프카는, 자신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호소합니다.

그가 쓴 책 [아버지에게 보낸 편지]에서 그의 생각이 드러납니다: “어느 날 거인의 모습을 한 아버지가 느닷없이 최후의 심판관이 되어 나타나서는 나를 침대에서 들어내 발코니로 끌고 나갈 수도 있다. 그만큼 나란 존재는 아버지한테 아무것도 아니라는 고통스러운 관념에 시달렸다.”

그리고 그는 아버지가 버린 신앙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출합니다: “무엇보다 아버지는 신앙생활에서 도움이란 것을 별로 필요로 하지 않았고 원체 씩씩한 혈통을 타고나신데다, 아버지란 분 자체가 종교적인 문제로 인해 그것이 사회적인 문제와 별로 연관이 없으면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 분이셨으니까요. 근본적으로 볼 때 아버지의 삶을 이끌었던 신앙의 요체는 결국 아버지께선 당신 자신의 견해만을 굳게 믿으셨다는 것입니다.”

이어 카프카는 자신이 가장 서부유대인 같은 인간이라고 표현합니다. 그만큼 그는 유대교에 관심이 많았고 유대인으로서 자연스럽게 아버지를 통해 가정에서 배워야 할 것들을 배우지 못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였습니다. 카프카는 혼자서 모든 것을 자신의 노력으로 깨우쳐야 했지만 그 과정이 매우 불안하고 인정을 받지 못한 과정이었다고 고백합니다.

다시 서두로 돌아가 카프카의 [변신]에 나온 첫 문장을 살펴보면, 그가 갑충으로 변했다고 하는 문장은 이미 첫 문장에서 책 내용 전체가 다 끝나버리는 것입니다. 갑충으로 변한 그레고리. 그러나 작품 속에서 변화하는 것은 갑충 속에 있는 사람입니다.

그가 쓴 [변신]의 주체인 갑충은, 아버지에게 향한 이데올로적인 반항입니다.

카프카가 그의 친구 이차크 뢰비를 집에 데려올 때마다 아버지는 유랑극단 운영자였던 이차크를 매우 싫어하면서 대놓고 못마땅한 티를 냈었습니다이에 대해 [아버지에게 보낸 편지]에 다음과 같은 글이 있습니다:

그를 알지 못하면서도 아버지는 제가 지금은 기억할 수 없는 어떤 섬뜩한 말들로 그를 갑충과 비교하셨지요. 그리고 제가 아꼈던 사람들에 대해선 늘 그러셨듯이 아버지는 그때도 역시 거의 자동적으로 개와 벼룩의 속담을 내셨지요.”
(개와 벼룩의 속담 – ‘개들과 잠을 자는 사람은 빈대들과 함께 일어나는 법이다’라는 뜻)

그에게 아버지와의 관계는 이미 처음부터 정해진 운명이었습니다. “갑충으로 변해버렸다.”

또한 그때 당시 반유대정서가 강했던 유럽에 살아가는 유대인들은 이 카프카의 [변신]을 읽으면서 갑충을 자신들과 함께 동일시 했다고 합니다. 왜 나는 서부 유대인인가?를 끊임없이 질문해야 했던 세대였습니다.

껍데기는 갑충입니다. 우리는 이미 변해버리고 그렇게 외형적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변신]에서 나타났던 것처럼, 역시 변화의 주체는 사람이고 인간입니다.


잠깐, 위의 모든 내용이 많이 들어본 내용이지 않나요?

자수성가를 하였던 기성세대. 그리고 그 밑에서 정신이 유약하다고 구박(?)을 받으면서 자라온 기성세대 보다 더 부유하고 귀하게 자라온 자녀들.

확고한 자신의 신념으로 성공한 아버지. 그러나 아버지의 면을 잘 따라오지 못하는 아들을 보며 매번 비판하는 아버지. 이러면서 아버지의 영향이나 그늘 아래 평생 시달려야 하는 아들.

신앙적으로 소홀히 하였던 아버지 세대. 그리고 그 신앙을 지키지 못하였다고 비판하는 아들 세대.

이민생활을 하면서 외형으로는 한국인이나 내면적으로 끊임없이 문화갈등을 경험하는 세대.

이러한 복잡한 심리들이 실타래를 하는 장면이 바로 카프카의 [변신]에 나오는 주제입니다.

아버지와 끊임없이 갈등관계에 있는 아들은, 갈등을 하면서도 아버지에게 인정을 어떻게든 받아야 하는 아이러니한 존재입니다. 그러나 그 인정은 단순히 일을 잘했다고 받는 인정이 아닙니다. 아들이라는 존재로서의 근본적인 인정입니다.

만약 아버지에게 충분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자랐다면 우유부단한 성격에, 결정을 내리기 두려워하거나, 인정을 항상 갈구 하는 심리, 그리고 자신감이 없는 상태 등.. 이러한 심리학적인 불안한 점들이 인생에 걸쳐서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불안한 심리에서 탈출하는 방법은 실패와 주변에서 뭐라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는 것입니다. 크리스챤은 예수님께서 먹고 사는 문제를 보장하셨으므로 이 시도를 계속할 깡이 있습니다. 인정이라는 짐을 예수님께 지우는 것입니다.

지난 한 달은 저에게 있어서 아들 심리학을 많이 생각해보게 하는 그런 소중한 여정이었습니다.

참고문헌: 프란츠 카프카 [변신], 프란츠 카프카 [아버지에게 보낸 편지], 김상근 외 [인문학 명강, 서양고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