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팔의 공동창업자인 피터 틸은, 그의 책 <제로 투 원>에서 청정기업 (clean tech) 시장에 대한 비판을 매섭게 합니다. 아마도 그의 다른 공동 창업자였던 일론 머스크 (Elon Musk)가 테슬라 창업에 뛰어들어서 그런지, 유독 비판이 다소 거센 느낌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비판에는 비즈니스적으로 새겨들을만한 조언이 있습니다.

21세기 들어서 많은 투자가들과 회사들이 청정기술 산업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러나 문 닫은 기업들이 더 많았습니다. 피터 틸은 2012년 한 해에만 태양광 제품 회사가 문 닫은 곳이 40군데가 넘는다고 통계를 이야기 했습니다. 이를 두고 그는 청정기술 버블이라고 비판합니다.

재생에너지 산업지수인 RENIXX (출처: Financial Times)

위의 RENIXX 재생에너지 산업지수를 살펴보면, 2006-2008년까지 버블이 형성되다가 갑자기 푹 꺼진 후에, 지금까지도 이렇다할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재생에너지 산업의 명백한 버블형성을 보여줍니다.

피터 틸은 사람들이 이 분야에 명확한 해답을 가지도 있지 않으면서 회사를 세웠다고 비판합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실패요인들을 분석합니다.

기술

위대한 기술 기업은 가장 가까운 대체 기술보다 10배는 뛰어난 독자기술을 갖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청정기술 기업들은 10배는 고사하고 2배의 개선을 이룬 경우도 거의 없었다.

 

그는 기술 기업이 10배의 개선을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들여야 한다고 말합니다. 소비자나 사용자 입장에서는 점진적 개선이 체감으로 느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기술에서의 점진적 개선은, 시장에서 드러나지 않은 실험실의 결과일 뿐, 소비자 입장에서는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이 느껴지기 마련입니다. 게다가 혁신적으로 이루어진 기술진보 제품이 나왔을 경우 치룰 비용과 위험에 무방비 상태가 됩니다. 그래서 피터 틸은 기술기업은 새 제품이 10배의 개선을 이루었을 때만 소비자들과 사용자들의 설득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시기

기술과 비슷한 맥락으로, 피터 틸은 아직 청정기술이 시기적으로도 이르다고 말합니다. 그는 아직까지 10배 이상의 진보를 이룬 청정기술이 없었다고 설명합니다. 1954년에 첫 실리콘 태양전지가 벨 연구소에서 발명이 되었고 그 당시의 태양전지는 약 6%의 효율성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반세기 이상이 지난 지금, 현대적인 실리콘 전지나 박막 전지 (thin film battery)도 25%의 효율성을 넘지 못했습니다.

소비자들은 어느 제품이 특정 문제를 뛰어나게 해결해주지 않는 이상, 특정 기술에는 관심이 없다.
-피터 틸

 

결국 청정기술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많은 기업들은 기술적인 도약도 없이 뛰어든 셈이 되었습니다.

 

시장관점

피터 틸은 자기 제품의 특별함을 과장한다면, 스스로가 회사 가치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없다고 냉철하게 말합니다.

그는 가상의 한 케이스를 예로 듭니다. 어느 태양광 회사가 태양전지 시스템을 개발하여 100메가와트 상당의 발전능력을 지니게 되었다고 칩시다. 2014년을 기준으로 미국 전체의 태양에너지 발전능력은 약 950메가와트 정도입니다. 회사는 미국 시장의 10% 이상을 차지했으므로 잘하고 있다고 축배를 들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는 착각일 수도 있습니다. 시장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관점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만약 미국이 아닌 전세계 태양에너지 시장이라면, 전체시장 태양에너지 전력량은 약 18기가와트이므로 회사의 발전능력은 시장의 1%도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시장기준을 바꾸면 문제는 더 심각해집니다. 태양에너지 시장이 아닌, 전세계의 재생에너지를 비교하면, 총 420기가와트 중에 회사의 점유율은 0.02%입니다.

또 시장 기준을 바꾸어 세계 총 발전능력으로 본다면 이 회사의 전력량은 극히 미미한 점유율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렇게 시장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는지에 따라 회사의 가치는 급변하게 됩니다. 따라서 자신의 회사 가치를 과장하는 것은 매우 쉽습니다.

 

100메가와트 전력을 생산하는 태양광 회사의 시장점유율을 도표로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시장 발전량 점유율
미국 태양광 시장 10%
전세계 태양광 시장 1%
전세계 일반 재생에너지 시장 0.02%
전세계 총 발전능력 0.000007….%

피터 틸은 결국 청정기술 회사들이 자신에 대해서 잘 몰랐기 때문에 스스로 몰락했다고 비판하는 것입니다.

다음의 그의 말은 이런 그의 생각을 엿볼 수 있습니다.

청정기술 기업의 모든 사람들은 더 깨끗한 세상이 필요하다는 보편화된 관습을 바탕으로 스스로를 정당화했다. 사람들은 대체에너지 기술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엄청나니까 모든 종류의 청정기술 기업을 위한 비즈니스 기회도 엄청날 거라고 믿으며 스스로를 속였다.
-피터 틸

 

보는 관점에 따라 시장은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왜곡된 시각은 기업을 죽일 수 있습니다. 냉철한 현실을 직시하는 능력이 사업가에게 더욱 요구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출처: <제로 투 원> 피터 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