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형제들이 30대에 접어들면서 아재개그의 세계에 눈을 뜬다. 이것은 참 미스터리해 보일 수 있다. 분명 20대까지만 해도 안그랬는데, 왜 많은 사람이 결혼하는 그 시기에 아재개그에 눈을 뜰까?

나의 뇌피셜 정보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수순을 밟는다.

 

1. 인정을 받고 싶은 사람이 생긴다

예를 들어 장인어른(실명을 이야기 안했으니 아무도 모르겠지?)이 아재개그를 좋아하신다. 혹은 의외로 개그에 관대한 아내가 있을 수도 있고, 아재개그를 잘하는 친구가 있을 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은 경쟁심과 인정받으려는 욕구에서 출발한다. 남자라면 모름지기 경쟁! 그 본능이 아재개그의 세계에 눈뜨도록 만든다. ‘저 정도로 한단 말이지? 두고 봐.’

 

2. 얼굴에 철판을 깔기 시작한다

실패를 해도 괜찮아를 되뇌이며, 반응이 썰렁해도 계속 시도하는 두꺼운 낯짝이 필요하다. 남성은 결혼 후 대부분 안정적인 삶을 찾는다. 그리고 얼굴 낯이 두꺼워진다. 아재개그 날리기에 최적화된 환경이 구성되기 시작한다.

 

3. 처음 시작은 미약하다

대부분 아재개그를 처음 시도할 때는 동음이의어(소리가 똑같이 나는 것)나 같은 단어지만 다른 뜻을 가진 단어로 시작한다. 예를 들자면 “아유~! 난 아이유를 좋아해” 뭐 이런식이다. 주로 말투를 아재개그로 승화한 그런 레벨이다. 예를 들어서 <마이리틀 텔레비전> 예능에서 오세득 셰프가 이런다. “여기 또 하나 있새우” -_- 영어로 동음이의어 예를 든다면 “So, I saw that you sew all day, huh?” 뭐 이런 식도 가능하다.

나중에 발전하면 “볶음밥 먹으면 복근 생기나요?” 같은 아재개그의 영원한 스승인 배우 유해진의 수준도 가능하다.

이것을 계속 연마하다보면 실력이 당연히 늘고, 이제는 순발력이 늘어 상대방이 말할때 바로 써먹을 수 있는 단계까지 오른다. 역시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4. 부작용을 이겨내야 한다

아재개그의 길을 걷게 되었으면, 여러가지 부작용을 이겨내는 시련이 찾아온다. 처음 부작용은, 다른 사람이 했던 아재개그를 따라하다가 들키는 경우다. 민망함과 수치심이 찾아온다. 그래도 이겨내야 한다. (대체, 왜?)

그리고 순발력에 자신을 얻다보니 아재개그를 빨리 써야 한다는 욕심에 먼저 개그를 날렸다가 ‘아.. 이거 상황이 적절하지 않았구나’ 하는 정도까지 온다. 예를 들어 상대방은 아프다는 글을 올렸는데 댓글에다가 “우유 먹으면 앙팡” 이런 식으로 무리수를 두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센스없음에 밤에 이불킥을 날리게 된다. 그래도 정진해야 한다.

 

5. 넌센스 퀴즈에 익숙해진다

동음이의어와 다른 뜻을 가진 같은 단어 아재개그 다음에는 넌센스 퀴즈 수준으로 넘어간다.

이해를 돕기 위해 오래된 고전 아재개그를 살펴보자.
비가 1시간 동안 오면? —> 추적 60분
소금의 유통기한은? —> 천일염

모두가 피식할만한 넌센스 퀴즈 정도의 아재개그에 통달했다면, 이것은 “부장개그”라고 불리는 단계다. 일단 상식으로 이런 종류의 넌센스 퀴즈 아재개그 옛날버전을 다 외운다. 그리고 아재개그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을 피식 웃게 만들기도 한다! 특히 20대 청년들은 많이 경험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반응을 (고맙게도) 해준다.

 

6. 지식을 알아야 웃는 아재개그 시전한다

보편적인 상식말고, 이제는 특정 지식을 알아야 웃는 아재개그를 시도하기 시작한다. 이른바 ‘틈새시장 공략’인 셈이다.

예를 들어보자.

나무를 톱으로 캐면? —> 트리케라톱스 (초식공룡 종류)
지하철이 고백할 때 하는 말은? —> 사당행~
미국에 비가 내리면? —> USB

그런데 특정지식을 상대방도 알아야 한다. 이는 사실 약간 고급스킬이다. 상대방이 어떤 지식을 알고 있는지 먼저 파악하고 아재개그를 날려야 하기 때문이다.

 

7. 읽는 아재개그와 소리내서 하는 아재개그를 구분하기 시작한다

아재개그 내공이 깊어지면 읽는 것과 소리내서 말하는 것이 다르다는 음성학의 법칙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 둘을 구분하기 시작한다.

예를 들어보자.

미꾸라지
미꾸미디움
미꾸스몰

이런건 읽는 아재개그다. 말로 시전했다가는 분위기가 썰렁해질거다. 그래서 아재개그 추종자는 구분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곰이 사과를 먹을 때는 어떻게 먹을까?”
“글쎄?”
“베어 먹어.”

이건 소리내서 하는 아재개그다. 한 0.5초간의 정적이 흐르고 “아~~ 그게 뭐야!” 라는 반응을 들을 수가 있다. 그렇다면 성공한거다.

 

8. 고수가 되어간다

위에 써진 모든 것을 요약해보자.
– 동음이의어
– 같은 단어 다른 뜻
– 상대방이 말할 때 바로 개그로 화답하는 순발력
– 넌센스 퀴즈급
– 특정 지식 틈새공략
– 읽는 개그
– 소리내서 하는 개그

오세득 셰프는 허무개그의 베테랑으로 알려져 있다.

이 모든 것을 부작용 없이 자유자재로 활용하게 되면, 고수의 단계에 접어든 것이다. 가장 쉬운 방법은 스승을 두는 것이다. 배우 유해진과 차승원 같은 아재개그의 대부를 보면서 따라해보는거다. 또한 허무개그의 베테랑 오세득 셰프도 눈여겨 볼만하다. 그리고 코미디언이 하는 아재개그를 배우는 것이다. 대부분 남들이 안 써먹은 창작 개그가 많은데 참신하다.

코미디언이 하는 개그 예:
“What does 0 say to 8?”
“Nice belt.”

 

9. 아재개그가 100% 웃기려면?

이건 진리다.
그냥 권력 잡거나, 유명해지면 된다. ㅠㅠ

바락 오바마 미국 전대통령도 아재개그(영어로는 dad joke라고 한다)를 날리는 것을 참 좋아하는데, 이 사람은 일반인이 하면 귀싸대기 맞는 그런 개그를 모두가 허허허 하고 웃는 개그로 승화시킨다.

그는 일 년에 한번 백악관 앞에서 터키를 사면하는 전통에서, 모델로 나오는 터키를 이렇게 소개한다.
“He is Totus. Turkey of the United States.” (Totus라니… 앞글자를 따온 오바마가 지어낸 이름이다)

그리고 터키 언어유희를 본격적으로 한다.
“Time flies, even if turkeys don’t.” (…)

누군가 그랬다.
“유명해져라. 그러면 당신이 똥을 싸도 사람들은 박수를 보낼 것이다”

많은 사람이 위 명제가 미국의 유명한 팝아티스트 앤디 워홀(Andy Warhol)이 말한 것이라고 알고 있는데, 사실 그가 말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 앤디 워홀은 실제로 오줌을 이용해 1977년도에 Oxidation이라고 부르는 미술품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이 페인팅 중에 하나는 2008년에 크리스티의 경매장에서 무려 $1.8 million USD에 팔렸다. ㅡ.ㅡ;;
참고: https://www.widewalls.ch/andy-warhol-piss-paintings/

아무튼 이야기가 옆으로 샜는데, 유명해지면 무슨 개그를 날려도 멋져보일 것이다. 부장개그보다 사장개그가 더 먹히는 것은 진리. (하지만 실제로 유명해지는 사람은 소수니 꿈깨자)

 

슬픈 현실 OTL

 

부록. 어떻게 아재개그를 타파할까?

시도때도 없이 아재개그를 날리는 남편이나 친구 때문에 고민인가? 한 번 다음을 시도해보자.

첫째 방법은, 아재개그에 정색하며 썩은 아재개그를 날리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아는 형님> 예능에서는 솔빈이 김희철이 담배 조크 하니깐 정색하면서 맞받아친다.
“나 말보로 안 좋아해 소보로 좋아해”

포인트는, 자신이 아재개그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백하게 표출하면서 얼굴은 정색하되, 썩어빠진 개그로 화답하는 것이다. 분위기가 확 깬다. (…)

두 번째 방법은, 무관심을 보이는 것이다.

“어우~ 나 진짜 싫어!” 이런 것도 다 반응이다. 미움과 사랑은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하지 않던가. 아예 관심을 가져다 주지 말아라. 아재개그 날리면 그냥 “어 그랬어?” 무안을 줘버려라. 계속되는 무관심에 상대방은 화가 나서 따질 수도 있다. 그때도 무관심으로 날려라. “하고 싶으면 해, 나 안 말렸어.”

설마 사랑하는 사람이 그렇게 싫다는데 아내 앞에서 아재개그를 계속 할 남편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