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이중언어(bilingual)를 가르치는 것은 가능하다. 실제로 토론토의 요크대학(York)의 심리학 교수인 Ellen Bialystok는 아이들이 언어를 하나만 하는 것보다 두 개를 구사할 때 더 좋은 집중력을 가지며, 멀티태스킹을 더 잘 하고, 불필요한 정보를 걸러내는 능력을 키운다는 연구조사를 내놓은 바 있다. 게다가 Bialystok 교수의 연구는 여러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성인이 치매 증상을 평균 4년 이상 늦춘다는 결론에 도달하기도 했다.

 

이중언어를 가르치기

사실 이중언어는 전 세계에서 매우 흔하다. 스위스의 뇌샤텔 대학(Neuchâtel)의 명예교수인 François Grosjean은 2010년에 Bilingual: Life and Reality라는 책을 내놓았는데, 그는 전 세계의 인구 절반 이상이 이미 두 개 언어는 적어도 구사한다고 보았다. 하지만 그는 이중언어를 유아 시절에만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성인이 되어서도 잘 배울 수 있음을 지적한다. 또한, 그는 아이들에게 이중언어를 가르치는 것이 언어발달에 저해가 된다는 것은 신화(myth)라고 지적한다. 아이들도 얼마든지 이중언어를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아무래도 이중언어를 배우면 전체적으로 이중언어 숙련도가 느릴 수밖에 없다. 두 개 언어를 배우는 것이니까. 예를 들어서 20달이 지났는데도 이중언어를 가르치고 있는 아이가 다른 또래에 비교해 언어구사력이 좀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이가 단어 위주로 말하는데 비해 또래 아이들이 문장을 구사하면 부모 마음은 애가 타게 마련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해결될 부분이라 크게 걱정할 것은 없다.

부모 입장에서의 챌린지는 아이들이 이중언어를 배울 필요성(need)을 느끼게끔 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캐나다 같은 경우 French Immersion이라고 초등학교 과정부터 프랑스어를 구사하는 학급 반이 있다. 이런 곳에 보내면 아이들이 쉽게 프랑스어를 습득하게 된다. 학교가 그 필요성을 느끼게끔 환경을 구사하는 좋은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 아이들이 필요성을 못 느낀다면, 아무리 부모가 이중언어를 배우게 압박을 하여도 소용이 없을 것이라는 증언이 여기저기 많이 있다.

 

다문화를 습득하기

그런데 큰 문제가 하나 있다. 이중언어를 가르치는 것과 두 개의 문화를 습득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이중언어를 가르치는 것으로 모자라, 부모들은 욕심에 아이들이 다중문화를 습득했으면 하는 희망에 열심히 격려한다. 캐나다 문화뿐만 아니라, 한국문화도 익숙해지도록 엄청 노력한다는 것이다. 대부분 부모는 캐나다 문화와 한국 문화를 별개로 생각한다. 이것이 가장 큰 문제를 일으킨다. 강요 때문에 아이들에게 부담감으로 다가오며, 이중언어를 배울 필요성을 잃게 만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해외에 사는 교포는 아이들에게 한국어와 다른 언어를 습득하도록 도울 때 문화적인 부분에 있어 욕심을 많이 버려야 한다. 우리 아이들이 한국 예능을 좋아하고, 김치를 찾으며, 된장찌개 없으면 밥을 안 먹는 그런 한국문화에 깊숙이 들어오기를 바라면서 동시에 캐나다 문화에 깊숙이 들어가 서양 사회에서 엘리트가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것은 부모의 욕심일 뿐이다.

해외에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현지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특수한 문화를 새로 생성함을 깨달아야 한다. 그것은 한국문화도 아닌, 캐나다 문화도 아닌, 한국문화와 캐나다 문화가 어우러져서 새로 생성한 문화라는 것이다. 한카 문화라고 보아야 한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 만나는 2세를 떠올려보자. 이들이 한국어를 잘하고 한국 문화를 좋아할 수는 있다. 그러나, 좋아하는 것과 한국문화를 살아가는 것은 별개다.

캐나다 교포들은 미국에 있는 한인 이민 사회를 보면 아이를 키우는 것에 있어 많은 힌트를 얻을 수 있다. 토론토도 한인의 이민역사가 깊지만, 미국에 이민 간 사람은 훨씬 많고, 캐나다 한인 이민역사보다 이미 한 세대는 앞서 있다. 우리는 이제 여기서 밀레니얼 이민자가 사회에 적응해나가며 2세를 낳는 것을 보는 세대다. 미국의 한인은 이미 3세 이상을 일구어냈다.

현지에 태어나는 아이들이 독특한 문화를 형성함을 기억하자.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한국문화와 캐나다 문화 둘 다 편안하게 생각하도록 도울 수 있을까?

 

부모로서 할 수 있는 일들

부모로서 아이들에게 한국문화와 캐나다 문화에 익숙해지도록 하는 원칙은 무조건 소통이다. 아이들과 하는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 아이들은 칭찬뿐만 아니라 야단도 맞으면서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를 부모를 통해 배운다. 그런데, 소통되지 않는다면 육아는 정말 힘들어진다. 예를 들어서 부모가 권위(authority)를 잃어버린다면, 아이는 결국 부모의 말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고 소통은 단절이 될 것이다. 말을 많이 하는 것과 소통을 잘 하는 것은 다르다는 것을 기억하자.

따라서 부모는 아이가 학교에서 무엇을 배우는지, 그리고 어떤 환경에 있는지 관심을 보여야 한다. 부모와 아이들의 공감대 형성이 없어지는 주된 이유 중의 하나는 부모가 아이의 환경에 무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모는 캐나다 문화를 배울 수밖에 없다. 캐나다 문화에 익숙해지고, 자신도 캐나다 문화의 공감대를 같이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을 아이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사실 이것은 간단해 보이지만, 어려운 일이다. 특히 부모가 전부 working parents(직장인)라면 더더욱 어렵다. 시간을 내서 배워야 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아이에게 “오늘 학교에서 뭘 배웠니?”라고 묻는 따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캐나다 문화를 이해하고 그것에 관해서 이야기 할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 한다. 이것을 좀 더 쉽게 극복하는 방법은 아이와 함께 캐나다 문화와 관련된 활동을 하는 것이다. 영어로 된 만화영화를 같이 보거나, 캐나다에서 인기있는 운동인 하키를 같이 하고, 캐나다 풋볼이나 야구게임을 보러 경기장에 함께 가는 등 활동을 같이 할 수도 있다.

부모가 아이들과 공감대 형성을 잘하고 소통을 잘한다면, 아이는 이중언어를 배울 필요성을 저절로 느낄 것이다. 소통을 잘하는 것은 곧 부모의 권위를 살리는 좋은 일이다. 만약 소통을 무시하고 이중언어를 배우게 한다면, 이중언어를 배워도 아이와 부모와의 관계는 소원해질 수밖에 없다. 플로리다 애틀란틱 대학(Florida Atlantic University)의 심리학 교수인 Erika Hoff는 소통을 중시하지 않는 부모들에게 이렇게 일침을 날린다.

“It’s putting language instruction above human interaction”
“그것은 언어교육을 사람과의 상호작용보다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것입니다.”
-Erika Hoff

 

문화를 완벽하게 보존하기

그런데 아이에게 한국 문화를 완벽하게 보존하게 하는 방법이 있다. 그것은 현지 학교를 보내지 않는 방법이다! 실제로 이 방법을 쓰는 민족이 있다. 유대인 민족이 그렇다. 유대인은 유치원 때부터 이미 동네에서 자신들끼리 daycare와 preschool을 엄마끼리 운영을 하고 아이들을 봐준다. 이들은 아이를 공교육에 보내지 않는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전부 유대인 학교에 다니며, 심지어 대학교도 유대인 대학을 간다. 유대인 대학에 가는 것을 장려하기 위해 어마어마한 펀드를 유대인 공동체로부터 받아 장학금을 많이 주기도 한다. 이런 문화가 있기 때문에 유대인은 이스라엘을 떠나 그렇게 떠돌아다녔어도 그들만의 문화를 보존할 수가 있었다.

이들은 아이들이 글을 읽을 수 있게 되면, 모세오경인 토라(Torah)를 외우게 하며 실제로 성인식을 치를 때는 성인 유대인에게 토라를 주제로 가르쳐야 한다. 따라서 유대인은 문화뿐만 아니라 유대교 종교도 민족 안에 아주 잘 보존한 훌륭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이들은 어느 도시에 가도 유대인 동네를 형성하면서 산다. (토론토는 Bathurst St. 따라서 유대인 동네가 형성되어 있다. 토론토 남쪽은 가난한 유대인이, 북쪽은 유복한 유대인이 모여 산다.)

한국 문화를 잘 보존한 사례를 선교사님 가정에서도 심심찮게 잘 찾아볼 수 있다. 선교사들이 여건이 되지 않아서 아이들을 현지 학교에 보내지 않고 홈스쿨링 등을 통해 교육한다면, 아이들은 충분히 한국문화에 익숙하고 한국문화를 배우며 자란다. 실제로 한국에서 유명한 악동뮤지션 밴드는 남매로, 몽골 선교사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이다. 이들은 몽골의 현지학교에 가지도 않았다. 집에서 홈스쿨링을 통해 교육을 받았고, 덕분에 한국에서 악동뮤지션으로 활동하는데도 큰 지장이 없었다. 한국문화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한국어를 잘하는 것과 한국문화에 익숙한 것은 별개의 문제임을 다시 기억하자.

그런데 심지어 현지에서 태어난 아이라 할지라도, 현지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사태도 있다! 현지학교에 다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사례는 북미에서도 아주 가끔 볼 수 있는데, 2세가 학교에 흥미를 붙이지 못하고 집에서만 지내서 영어를 못하는 웃픈 현실도 있다. 또 대도시가 아닌 시골에 사역하러 간 선교사들은 아이들이 현지학교에 다닌다 할지라도,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에 집 안에서 한국문화를 가장 많이 배울 수밖에 없다. 따라서 북미나 유럽 등에 사는 교포들에 비교해 선교사 가정은 오히려 한국 문화 보존이 더 쉬울 수밖에 없다.

 

어떤 것을 장려하겠는가?

만약 부모가 아이에게 한국문화를 제대로 가르치고 싶다면, 현지 학교에 보내지 않으면 된다. 물론 이에 따른 제약과 단점이 상당히 많기도 하다. 그런데 양육도 선택이다. 유대인처럼 현지 학교에 보내지 않고 홈스쿨링 등을 통해 교육한다면 한국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하기가 쉽다.

그런데 부모가 일하거나, 아이를 현지 학교에 보낸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런 부모는 더 이상 아이에게 다문화를 완벽하게 습득하도록 강요해서는 안 된다. 만약 그랬다가는 죽도 밥도 안되는 양육이 될 것이다. 부모의 욕심 때문에 아이의 삶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교포들은 기억해야 한다. 아이의 문화는 독특하고 새로운 문화가 될 것을. 그것을 오히려 축복해주고 더 넓은 세상을 볼 수 있는 기회로 만들어주자. 아이들이 한국 김치를 찾지 않아도, 무한도전 같은 한국예능 TV쇼를 보지 않아도, 한국 정치나 뉴스에 전혀 관심이 없어도 큰일 날 것은 없다. 그들이 한국문화를 이해해주고 품어줄 수만 있어도 양육은 대성공이기 때문이다.

많은 밀레니얼이 적어도 아이들에게 욕심을 강요하지 않기를 바라며 이 글을 끝맺는다. 나 스스로가 하는 다짐이기도 하다.

 

참고한 글:

http://www.francoisgrosjean.ch/myths_en.html

http://www.francoisgrosjean.ch/for_parents_en.html

https://www.psychologytoday.com/blog/life-bilingual/201302/planned-bilingualism-five-questions-consider

https://www.qz.com/1051986/a-lot-of-our-ideas-about-bilingual-children-are-total-myths/

https://www.linguisticsociety.org/resource/faq-raising-bilingual-children

https://www.psychologytoday.com/blog/life-bilingual/201410/the-languages-you-speak-your-bilingual-child

https://www.linguisticsociety.org/resource/faq-raising-bilingual-children

http://kr.christianitydaily.com/articles/71761/20130424/%EB%B0%95%EC%A7%84%EC%98%81%EB%8F%84-%EA%B6%81%EA%B8%88%ED%95%B4%ED%95%9C-%EC%84%A0%EA%B5%90%EC%82%AC-%EC%9E%90%EB%85%80-%EC%95%85%EB%8F%99%EB%AE%A4%EC%A7%80%EC%85%98%EC%9D%98-%EC%96%91%EC%9C%A1-%EB%B9%84%EA%B2%B0%EC%9D%80.htm